내 일상

집 앞에 꾸민 작은 허브 정원

sukahontasu 2022. 6. 9. 04:28

집 앞에 꾸민 작은 허브 정원


새로운 빌라에 이사온 지 어느덧 5개월이 되었다.

우리는 이사 온지 2달만에 집에서 30분 거리에 있는

식물 파는 곳에서 이런저런 허브를 사와서 심었다.

오늘 포스팅은 그에 관한 얘기를 해보려고한다.

이스라엘에서 살면서 이 내가 구매한 허브들이 얼마나 제 역할을 해주는지.

얼마나 감사한지.. 

사진에서 보이는 건 로즈메리, 방울토마토, 타임, 자 타르, 쪽파, 바질, 민트, 오레가노 이렇게 보인다.

처음 데려왔을 때는 정말 다 작았었는데. 

자연은 참 위대하다.

씨앗부터 시작해서 사람보다 더 크게 자랄 수 있는 식물이 있다는 것도 신기하고.

움직이는 동물만 살아있는 생물이 아니었다.  

그걸 이제야 실감하다니...

나는 식물에 대해서 정말 1도 모르는 사람이었다 이스라엘 오기 전까진. 

언제부터 내가 이렇게 식물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을까?

어떻게 보면 유전도 있는 것 같다.

울 엄마가 식물 가꾸는 거 되게 많이 좋아했던 거며 꽃 보면 길 가다 멈춰서 이쁘다 이쁘다 했던 거.

그리고 울 아빠는 식물 박사이다. 말 그대로 식물, 곡물에 대한 연구하는 공무원이었다.

 꽃을 좋아하게 된 계기는 특별한 순간이 한 번 있었다.

나를 완전 꽃순이로 바꿔버렸는데

그건 바로 내가 이스라엘에 알론(내 현재 남자 친구)이랑 같이 살고자 결심하고 왔을 때

알론이 공항에서 나를 장미꽃 한 송이와 기다리고 있었다.

남들에겐 아무것도 아닐지 모르겠지만 내 생에 정말 가장 로맨틱한 순간이었다.

죽을 때까지 못 잊을 순간이 이 순간이 아닐까 싶다.

어쨌든 이 순간 이후로부터는 나는 진정한 꽃순이가 되어

어딜 놀러 가서 이쁜 꽃이 있으면 항상 눈에 먼저 담고 찍는 습관이 생겼다. 

 

알론이 바질씨앗을 땅에 뿌렸는데 저렇게 건강하게 자라주고 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허브 중에 하나인 바질.

작년에는 우리 전 집에서 바질이 정말 풍년이어서 그걸로 바질 페스토도 해 먹었었다.

바질 향은 맡기만 해도 힐링이다. 

깻잎을 외국에서는 다른 말로 코리안 바질이라고도 부르던데...ㅋㅋㅋㅋ 

암튼 난 바질향만 맡으면 그냥 사르르 녹는다 내 마음이...

화났을 때 나한테 바질 잎을 따다 주길...

월계수 잎.. 영어로는 bay leaves라고 부른다. 

알론 말로는 이 월계수 잎이 자라면 사람보다도 커진단다.

항상 마른 갈색 월계수 잎만 보다가 이렇게 파릇파릇 빤짝빤짝한 잎사귀를 보니까 신기하기도 하고 

근데 사실 난 이걸 빨리 요리에 써먹고 싶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난 왜 이렇게 음식을 좋아할까..? ㅋㅋㅋㅋ 

음식을 하는 것도 좋지만 변태도 아니고 내 음식을 남이 맛봤을 때 반응 보는 걸 좋아한다.

정작 엄마 아빠랑 같이 살 때는 내가 요리를 잘하는지 못하는지도 몰랐다.

엄마가 항상 요리를 해줬기 때문에 그리고 설겆이도 해줬기때문에 

가정일은 하나도 안 도왔다.

울 엄마는 나에게 집안일을 안 시킨 이유가 있었는데 그 이유는 바로 

내가 시집가면 실컷 할 텐데 벌써부터 고생시키기 싫어서 일부러 나에게 집안일을 안 시켰다고 말했다. 

남들이 들으면 기가 막힐 일일 수도 있겠다.

특히 알론이 놀랐다 

알론이랑 같이 살기 시작했을 때 나는 이제까지 살아왔던 방식으로 집안일은커녕 요리조차 할 줄 몰랐었다. 

반면에 알론은 생활력이 장난 아닌 주부 수준이었다.

모든 걸 다 알론에게 배웠다.

설거지도 있으면 방치하지 않고 그때 그때 다해치웠다.

요리도 알론이 좋아하는 것들을 배워서 하기 시작하고 

알론이 가르쳐주는 요리 스킬 꿀팁들을 스펀지처럼 흡수해서 지금까지도 써먹고 있다.

아 그리고 그리운 한국음식도 유튜브로 찾아서 해 먹기 시작하니 실력이 금방 늘었다.  

자상하게 가르쳐준 알론한테도 고맙고 

엄마의 속 깊은 마음도 감사하다. 

 

레몬그라스는 화장품으로만 향기를 맡아볼 수 있는 식물이었는데 이렇게 직접 키우게 되니 너무 좋다.

향기를 뭐라고 표현해야 맞을까, 싱그럽고 향긋하고 아로마틱 하다. 그 말로도 부족하다.

레몬그라스는 처음에 키우기 시작했을 때 정말 짧고 시들시들했었는데

지금은 이렇게 건강하고 무럭무럭 자라줘서 고맙다.

사람들은 레몬그라스를 차로도 우려먹고 향신료로도 많이 쓴다. 

보통은 말려서 많이 쓰는 것 같다. 

 

방울토마토를 처음 개발한 나라가 이스라엘이라는 걸 아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맞다. 이스라엘이 방울토마토를 처음 만든 나라이다.

토마토는 물을 많이 필요로 하는 식물이다. 

근데 갈증 날 때까지 두는 것도 팁이다.

수시로 물을 주는 것보다는 흙이 다 말랐을 때 그때 물을 주는 게

방울토마토가 건강하게 잘 자라는 법이란다.

이 사진은 아마 1주일 전에 찍었던 사진이다. 아직 붉은 기조차 보이지 않은 때였다. 

그리고 엊그제 수확한 귀여운 방울토마토. 

thank you EARTH. 

믿어지는가 이게 처음 우리가 이 식물들을 심었던 날 사진이다. 이렇게 작았었는데 언제 이렇게 다 커버렸을까?

지금 사진에서 보이는 건

자 타르, 브로콜리, 민트, 세이지, 오레가노, 타임, 로즈메리, 콜라비, 파슬리, 쪽파, 고수 

이렇게 보인다.

지금은 브로콜리는 얼마 안 가서 상태가 좋지 않아 뽑아버렸고

마찬가지로 파슬리도 꽃이 생기기 시작하고 너무 무성해져서 없앴다.

콜라비는 먹어서 없앴다,,,ㅋㅋㅋ  

저기 틀 밖에 보면 월계수 잎과 바질과 레몬그라스가 살짝 보이는데

저렇게 조그맣던 것들이 엄청나게 자라줘서 너무 고맙다.

그리고 이 작지만 귀엽고 아담하고 실속 가득한 정원을 잘 가꿔주는 알론한테도 고맙다. 

우리는 허브 키우는 맛에 산다.

허브 종류는 마트에서 사면 꽤 대용량으로 팔기 때문에 구매하면 하루 이틀 만에 시들고 풀이 죽는다. 

우리가 허브를 키우는 이유가 요리할 때 필요하면 바로바로

집 앞에 텃밭에서 기르던 허브를 따와서 가장 싱싱할 때 사용할 수 있다. 

 

우리 집 텃밭투어는 여기까지다.

이번 연도는 깻잎을 안 심은 게 참 아쉽긴 하지만 내년에는 꼭 심어야지! 

참치김밥에 깻잎 넣어서 말아먹는 날이 오겠지?